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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회 안광석 회원 구중산(久住山. 일본) 산행기

작성자 : 관리자   ㅣ   등록일 : 2016-09-06   ㅣ   조회수 : 3,070

 

구중산(久住山. 일본) 산행기

이담 안 광 석

  일본 여행 3일째 시월의 첫날 아침이다.

오늘은 등산 일정으로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모두가 웃음 띤 얼굴로 구중산(久住山)등산을 위하여 차에 올랐다.

바로 산악 지대로 접어들었는데 이곳 역시 울창한 삼나무(스기)와 대나무 숲을 이루고 있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산길을 굽이돌아 한 시간 남짓 걸려 규수의 최고봉인 구중산을 접어 들었다. 산의 높이가 1787m로서 해발1300m까지는 차로 올라가는 것이다.

 

09:40 구중산 등산 기점인 마키노토 토우게(고개 마루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안개인지, 구름이 낀 건지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흐려 있다.

높은 산으로 기상 변화가 있음을 실감 했다.

바람이 세차게 분다.

나는 등산 안내판 앞에서 하나산악회원 전체 기념사진을 찍자 하고 산행 길에 접어 들었다.

 

유명한 산 등산로라서 그런지, 이곳의 일기가 고르지 못해선지 초입부터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다.

입구부터 양옆으로는 키는 작지만, 잡목과 조릿대 나무가 무성하여 등산로서의 정취가 스며들었다.

영롱한 아침 햇살이 비추다 사라진다. 드디어 최적의 날씨를 받아서 하늘들(하나산악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칭)이 구중산 등산을 하는구나! 생각하니 마음 흐뭇하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오밀조밀한 오솔길을 걷는 회원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 들이다.

 

나는 이국땅 구중산의 정경에 더 심취하고 싶고, 낙오자가 있을까 걱정되어 후미로 올라간다.

발밑은 검붉은 흙으로 간간히 한라산 돌과 비슷한 화산 돌이 있어 아래에서부터 구중산에 큰 화산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안개가 걷히고나니  산의 모습을 드러낸 주변 경관에 매료 되어 지금껏 힘든 여정이 말끔히 사라지고 환희에 빠져 들었다.

 

회원들은 초입부터 경사가 있어 좀 힘이 들었지만, 짙은 안개가 걷히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니 신이 난 모양 이었다.

이구동성으로 산의 경치에 매료되어 왁자지껄하며 산을 오르면서도 춤을 추는 모습들이다.

 

콘크리트 포장이 끝나는 700m지점에 정상 3.4km 표시팻말이 서있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사방이 확 트여서 저 멀리 홋쇼산(星生山) 능선 넘어 에서 화산 연기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구중산 특유의 황홀한 전경이 펼쳐져 있다

규수의 최고봉인 구중산 능선이 시원하게 뻗어 전망이 아주 좋고 산에 있는 나무들이 키가 작은 것 들이여서 특이한 풍광을 제공해 줬다.

 

이제부터는 화산 분화구 흔적을 남긴 분지를 접어들자, 나무가 별로 없고 검붉은 돌과 붉은 흙을 밟으니 달나라 분화구에 온 느낌을 받았다.

순식간에 햇볕이 사라지고 사방이 흐려진다.

비가 오려나, 이곳은 변화무쌍한 기후라는데 걱정이 되었지만, 산행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다.

구중산은 100m 간격으로 좋은 풍광을 맛 볼 수 있다더니 우리들이 직접 체험 하고 있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서는 안개비와 바람이 일었고 입산 시에는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터널를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또 안개가 걷히며 드러낸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 곧 바로 비가 내릴 듯한 어두운 날씨의 변화를 느끼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에 등산을 하는 우리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이제는 나무와 풀 한포기 없는 화산 길을 들어섰다.

한 능선에 오르니 언제 흐렸냐는 듯이, 파란 하늘 끝에 목화송이 같은 뭉게구름이 피어올라 그림같이 연출 되고 있다.

환상적인 경치에 탄성이 절로 난다.

또 한쪽을 보니, 전보다 더 확실하게 화산 분화구에서 내뿜는 연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휘감아 올라가는 광경을 보니 천상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분화구로 인해 움푹 패인 능선 길을 걸으며, 또 바라보며 우리들은 행복감에 흠뿍 젖는다.

높은 산임에도 들판을 걷는 기분으로 걸으며 형언키 어려울 지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보는 순간순간은 하늘 속을 걷는 착각에 빠져서 하늘을 날으는 기분이 들었다. 안개와 햇살이 반복하는 동안 구중산의 비경을 본 사람만의 특권이라 할 만큼 황홀했다.

흙만이 있는 곳을 지나자, 구중산의 명물인 갈대밭이 하늘들을 반겼다.

화사한 햇살에 반사되어 너울대는 갈대의 아름다운 정취가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제각각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에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선발대가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광경이 마치 기러기 떼가 외줄로 날아가는 모양처럼 시야에 들어오는데, 이 또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온다.

산을 오르면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아름다운 풍광과 비경을 본적이 없었는 것 같다.

이제는 정상인가 하고 아래를 보았더니 돌산이다.

발아래는 멀리 휴게소 같은 집이 보였다.

우측에는 평화로워 보이는 농촌 마을이 하늘과 닿아 있고 구름들이 빠르게 꽃을 그리고 있는 모양이 환상적이다.

좌측에는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화산 분화구에서 나오는 연기 솟는 모양이 또 꽃을 그리며 올라가고 있다.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고 있는 착각이다.

 

아직도 더 오르면서 그림 같은 경치를 더 감상 하라고 하는지, 눈앞에 커다란 봉우리가 버티고 있어 아마도 저기가 구중산 정상임을 느꼈다.

다시 돌무더기 산을 내려와 보니 높은 산 중턱에 학교 운동장처럼 흙으로만 된 평지가 있었다.

모든 건물이 아담하고 깨끗한 것을 느꼈는데, 이곳 대피소는 아주 낡고 허술했다. 아마도 일본인들은 등산을 많이 안하는지 이 건물만큼은 오래 방치해 두워 낚고 허술했다.

일본은 등산 시에 아무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없고 지정된 곳에서만 한다고 한다.

 

11:40 도시락을 풀었다. 내용물이 정갈해 보이고 두 가지 밥과 반찬이 여러 가지가 있어, 식당에서 식사 때처럼 세 가지 반찬과는 대조적 이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가이드가 내게 와서 우리들의 등산 모습이 너무나 정겹게 보여 부럽다며 여러번 산에 왔지만, 제일 기분이 좋다는 말에 가슴이 뿌듯했다.

 

앞에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만 밟으면 정상인 듯싶다.

조금 능선을 오르니 그야말로 분화구 화산 모습이 정확히 보이고 가스가 나오는 광경이 너무나 멋있고, 장엄하게 보인다.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모두 찍었다.

햇볕이 들어가고 모자가 벗겨질 정도로 바람이 분다.

정상까지 풀 한포기 없는 돌산이다. 등산로를 표시하기위해 줄을 연결해 놓아서 줄을 따라 오른다.

군데군데 바위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해놨는데 야간에 표시 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페인트 칠 한 것을 보니, 그들의 국기 표시와 같이 한결같이 아주 동그랗게 칠했음을 느끼고 이것에서도 일본인들의 애국심이 강하다는 것을 엿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돌에 칠하는 것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생각 저생각하며, 간간히 뒤돌아서서 힘차게 분출하는 가스를 보며 오르다 보니 드디어 12:30 정상 탈환이다.

높은 곳에 서서 내 발아래 일본 땅이 있음을 먼저 느낀다.

모두 함께한 정상 등정의 환희를 맛보며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손을 높이 들고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서는 주변의 장엄한 경관에 매료되어 넋을 잃었다.

북쪽으로는 아스라이 아소산이 펼쳐 보이고 가깝게는 화산구에서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남쪽으로는 하늘과 맞단 그림 같은 농촌 마을의 풍경화가 그려져 있고, 발아래는 화산 폭발로 생겨난 수십 미터 협곡의 비경을 보노라니, 내가 저 하늘 구름 속을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착각하고 정상에서의 풍경에 푹 빠져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하늘들이 환호 하는 얼굴을 보고 또 한번 손을 높이 쳐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경치가 장관에다가, 일본 땅 높은 곳이 내 발아래 있다는 자부심으로 섣불리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전체 기념사진을 찍고 나니, 하나산악회 표시막이라도 놓고 찍을 걸 생각이 났다.

일행들은 벌써 내려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백두대간에서 뽑은 쇠말뚝을 가져다가 이곳에 꽂고 갈 걸....

생각이 여기까지 치민다.

오르면 오를수록 기상의 변화가 시시각각으로 변하여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경치를 보여준 구중산 등산은 보람과 희열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야 하는 것이 진리 일진데, 우리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정상에서의 기쁨을 만끽해서 인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살아오면서 건강한 신체와 좋은 산을 등정한 기쁨을 서로 나누며 하산하는 하늘들의 얼굴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등산로 옆으로는 어디가 진원지인지 몰라도 유황성분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형적으로 보니 화산으로 연기를 뿜어내는 산 아래가 도착 지점으로 보이나, 직접 화산을 넘을 수 없어 산 아래로 돌아가는 하산 길 같다.

다시 활화산 옆으로 올라가서 능선을 넘고 보니 화산구가 명확히 보이는데 가스가 분출되는 곳이 7군데나 되었다.

지금까지는 한군데 화산이 터져 가스가 올라오는 줄 알았는데, 여러군데의 분화구에서 나오는 가스가 합쳐져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활화산이라 그런지 돌산이라 조심조심 내려오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산 밑 계류를 건너자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널따란 포장길 양쪽으로 갈대가 늘어져 있어 하산 길의 아쉬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내려오는 길에 풍뎅이도 보고, 무당벌레도 보았으니 화산지대며, 고산지대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곤충들이 잘 서식하고 있음을 알았다.

휴식을 취할 적마다 피곤함도 잊고 웃음꽃을 피워가며 좋은 날씨 속에 좋은 산행 하였다고 한마디씩 하였다.

 

16:00가 되어 우리의 목적지 장자원(長者原) 마을에 당도 했다.

6시간을 넘게 한 긴 산행 이였지만, 천하제일의 비경을 맛보았으니 모두가 환한 얼굴들 이였다.

주차장 옆 토산품 가게 앞에 천연족탕 무료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여기가 바로 가이드가 말한 곳으로 산에서 내려와서 족탕에 발을 담그라는 곳인데 벌써 선발대로 하산한 여러 사람이 발을 담그고 있다가, 후미로 오는 우리들에게 양보 하였다.

6평 남짓한 족탕은 유황성분 물을 가둬 놓은 목욕탕과 비슷하였다.

열대여섯 사람들이 양쪽 발을 걷어 부치고 무릎까지 차는 유황 물에 발을 담그니 정감이 넘쳐 흘렸다.

산행 후 계곡물에 발을 잠깐 담그는 것도 피로가 풀리는데, 하물며 이국땅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내려와 유황 물에 발을 담그니 이 또한 기쁨이요, 무엇이 부러우랴...

 

나는 차에 올라서 회원들에게 오늘 3가지 감동을 받고 감격 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하늘의 은혜를 받고 이국땅에서 최적의 날씨 속에 즐겁게 등산을 했다는 감격,

둘째는 구중산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 높은 곳에서 일본 땅을 밟고 서 있었다는 것,

셋째는 회원들이 산행에서 마음과 뜻이 하나 되어 친 형제자매처럼 보호하고 격려하며 산행한 것에 대해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산은 말없이 인간에게 많은 교훈과 감동을 주고 있다.

이렇게 일본땅에서 경치 좋은 구중산 산행으로 우리들은 대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구중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가슴에 담고서 다음 목적지인 활화산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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